두근두근 내 인생. 7글자만으로 괜시리 설레게 만든 제목을 보고.

알록달록, 파스텔 느낌을 주는 두리둥실한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중간 즈음 휙 펼쳐 콩닥거리는 남녀간의 대화를 한두줄 읽어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소설은 십대들의 두근거리는, 알콩달콩하고 달달하고, 가벼운 깃털같은 느낌의 소설이구나.'


글쎄.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슬픔. 두근거림. 분노. 부러움. 불쌍함. 웃음. 심오함. 가벼움 ...

한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다양한 느낌이 공존했다는게 신기했다.


이 책을 읽은건 아직 군인이었을 때다. 전역한지 얼마 안돼서 그래봐야 얼마 전이지만.

초소에 올라가 부사수 후임과 '만약에' 놀이를 했다. 늘 그랬듯이 사수인 내가 문제를 내는 쪽이었다.

과연 어떤 선택지를 고를까 하는 기대감? 역시 이걸 골랐군! 하는 성취감? 만족감? 이 재미있었다.

대학 다니고 있는 후배에게 밥먹다가 이런 질문을 하면, 선배 뭔 억지스러운 질문을 하고 있냐며 핀잔이나 먹고 말았을테다.

하지만 초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서라도 시간을 빨리 가도록 재촉해야 했기 때문에 이상한 이야기라도 서로 잘 받아 줬다.

부사수에게 물었다.

《너가 환생을 하게 됐어. 근데 두가지 운명 중 하나를 택해서 태어나야 한대.

   첫번째는, 너가 조로증에 걸려서 17살인데 신체나이는 80살이 넘나들어. 오래 살아야 18,19년을 살 수 있어.

   다른 하나는, 너가 5살 때의 그 지능 그대로 평생을 살아야 돼. 대신 70, 80년을 살 수가 있어. 

   둘다 절망스럽지만, 그래도 그나마 이게 더 나은 것 같다 하는 걸 골라봐.》


정답이란게 있을 수 없는 질문. 정말 어렵다.

 



두근 두근 내 인생

저자
김애란 지음
출판사
창비 | 2011-06-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차세대 한국문단의 희망, 김애란 첫 장편2002년, 약관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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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로그아웃>

매일 아침, 폰의 알람 소리로 눈을 뜬다. 

그리고 허겁지겁 알람을 끄고 밤새껏 누가 카톡을 보냈는지, 부재중 전화는 없는지, 오늘은 얼마나 추울런지 등을 확인하느라 잘 짜인 알고리즘처럼 막힘없이 이리저리 손가락을 움직인다.

매일 밤, 모든 불을 끄고 폰에서 나오는 빛줄기를 이용해 어둠 속을 헤매지 않고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카톡을 확인하고 자려고 했지만 뭔가 아쉽다. 다시 폰을 켜 뉴스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즐겨 찾는 사이트도 들어가 본다.

약 30분 정도 폰과의 눈 맞춤이 끝나면 드디어 눈을 감는다. 방금 본 내용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그 소용돌이 안에서 휘청휘청하다 어느 순간 잠에 빠진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과 보낸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시작과 끝은 물론, 하루종일 나와 제일 가깝게 지내는 놈이기도 하다. 공부하다가도, 일하다가도 폰이 어떤 신호를 보내면 일단 멈추고 확인해야 한다.

답은 안 할지 언정, 바로 확인하지 않고 참는 건 소변 참는 것보다 어렵다. 마치 "사이보그 처럼 스마트 폰과 혼연일체"가 되어있다.


독일 신문사의 문예부 기자인 저자는 과연 인터넷 없이 살 수 있는지, 산다면 어떤 일과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6개월간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일기 형태로 기록한 것을 책으로 낸것이 <행복한 로그아웃>이다.

단순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만 적는 일기가 아니다. 인문학적 요소들이 듬뿍 담겨져있어 유익했다. 거기다 유머감각까지 뛰어나다!!

무려 "신문사의 기자"인 사람이 인터넷을 쓰지 않고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는 해냈다. 

물론 일이 일인만큼 직장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라고.. 


나도 요즘 너무 인터넷에 빠져 산다. 중독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폰이 반경 1m 이내에 없으면 괜히 불안하고, 내가 폰을 소지한 건지 폰이 날 소지한 건지 모르겠다.


폰 없이 지냈던 군인 시절엔 확실히 지금과 정신상태(?)가 달랐다.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긴 했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그 어느 때보다 내 심리 상태는 평안 그 자체"였다. 

심심하면 항상 책을 읽었다. "더 좋고 더 빠른 기술을, 이 숨막히는 속도전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 독서 말이다.

책을 읽으니 진짜 "나"의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당연히 늘 무언가를 썼다. 큰 의미가 있든 없든.


앞으론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이 이 세상을 잠식할 것이다. 잠식이란 표현이 거칠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울린다고 느낀다.

화면을 보아야만 들어 갈 수 있던 인터넷 세상. 이젠 정말 우리와 "혼연일체"가 될 것이다. 


디지털 삶과 아날로그 삶으로 이루어진 삶. 균형을 잘 맞춰 문제 없이 잘 사는 누군가가 있는 반면, 한쪽으로 치우져진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나의 좁은 안목으로 본 세상의 흐름은, 디지털 삶을 더욱 중시한다. 중시한다고 해야할까, 어쨋든 이미 저울의 균형은 깨진 것 같다.

지금 내 삶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비율이 7:3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건진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아예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두 절.대 불가능하다. 

하지만 "횟수를 줄여서 잃어버린 주권을 회복하고" 싶다. 




달콤한 로그아웃

저자
알렉스 륄레 지음
출판사
나무위의책 | 2013-01-2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왜 나는 3분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걸까?” “왜 나는 휴...
가격비교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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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누군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고 물어보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그가 쓴 책의 절반의 절반도 못 읽었지만, 그 정도만 읽고도 충분히 이 작가에게 빠질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하루키 삼매경이었던 날 불끈하게 한 동기가 있었어요. 

" 야, 그거 야설 아냐? 푹 빠진 이유가 있었구만. 역시 너란 놈 .." 

[상실의 시대] 달랑 한 권 읽고 한다는 소리가 저겁니다. 더 읽어 보라 권했지만 그놈은 잘익은 단호박이었습니다.

물론 에로시티즘을 적잖이 표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만..


어쨋건, 하루키의 에세이도 두세권 읽어 봤는데, 그 중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에요.

늘 책 속표지에 있는 작가 소개란에서만 보아왔던 그의 내력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읽을 수록 하루키라는 작가는 참 매력적이더군요.

그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 하루키 자신의 느낌, 분위기를 다분히 풍기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키의 삶의 방식, 라이프 스타일은 아버지가 추구하는 그것과 참 닮아 있었습니다. 저 또한 아버지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터라 

제가 여기는 이상적인 삶의 형태도 그러했죠. 

하루키가 a,b,c,d,e 살아가고 제가 바라는 삶은 d,e,f,g,h  뭐 이런 식입니다. 닮은 부분이 얼마 없지만 조금만 겹쳐도

이미 그게 "어 나도 그런데!!" 라고 각인 된지라, 다른 점은 잘 보이지 않게 되죠.(저만 그런가요.. 하핫)

그래서 전체적으로 닮았다고 느꼈네요.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좋아보이고, 부러워 질 때마다 이렇게 되뇌입니다. 

그건 그 사람에게 맞는 것이고, 그의 능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거다. 참고만 하고 나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가자.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하고 즐길 수 있도록!


< 분수에 맞게 살아라!! >   들으면 괜히 살짝 흥칫뿡거리게 되는 것 역시 저뿐인가요..

 그렇지만서도,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죠.  그 분수를 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일뿐.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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